금북정맥 4번째 이야기
"덕고개~각흘고개"
05년 12월4일 첫눈내린날
나홀로...
산행시간:12:00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한순배 두순배 돌아가는 술잔속에 않취할이 그 누구더냐?
하나둘씩 제갈길을 찿아가고 나또한 갈곳 찿아 나와보니 워메 좋은거!
언제 이리도 많은 눈이 내렸더냐?하얀 첫눈이 이밤을 환하게 밝혀 놓았으니 취기에 업그레이드된 육신은 갑자기 산으로 가야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가게에 들러 장비를 챙긴다고 챙기는데 제대로 챙겼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집에들러 옷을 갈아입고, 쏟아지는 눈보라속에
천안을 향하고 3시30분경 4차선 1번국도 '전의 덕고개'에 무사히 안착합니다.
04:11)주유소옆 노견에 주차 시키고 마루금을 찾아나섭니다.
첫눈 내리는날 정맥길을 원없이 걸어 보았으면 했는데...미친짓으로 인하여 이렇게 이루어 질줄이야?
술취한 눈에 운좋게도 낯익은 표시기가 포착되니 출발은 순조롭습니다.
거슬리는 통신선,일명 삐삐선을 가랑이로 넘었다 낮은 포복으로 넘었다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니
04:47)십자가가 저 앞에 보이고 길은 좌우로 갈라지는 곳에서 진중교회를 향한 우측펜스를 따릅니다.
너무도 멋있는 밤의 마루금입니다.
하얗게 수놓은 마루금 따라 아득히 이어지는 조명등은 야간 스키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스키장을 홀로 전세낸 즐거움에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 깨어질까 두렵습니다.
05:10)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부대 안으로 이어지는 철로가 놓여있고 여기서 다시 내린만큼 올라서야 하지만 남들이 가지
못하는 마루금을 밟는다는 희열감속에 그저 즐거운 발걸음의 연속인데, 단꿈을 깨우는 초병의 갑작스런 출현에 화들짝 놀라
“인기척좀 하고 다녀!"라고 되레 나무랍니다.
주객이 전도된 나의 행동에 초병은 잠시 넋을 잃었다가 제정신이 돌아온듯 내려가라고 사정하고
반협박도 하지만 들은체 만체 줄창 내달려 버리니 포기하고 쫒아오질 않습니다.
휴~~~헌데 쫌 더가니 또다시 나타나는 초병(이친군 군인정신이 투철하다)
"아저씨 이리 가면 않됩니다.이쪽은 길도 험하고 카메라에 잡힙니다. 돌아가세요."
(온거리가 얼만데 돌아가냐?)음~ 저기 고개만 넘어가서 내려갈게요.
"않됩니다.돌아가세요"
(음 말이 안통하는군 그냥 갈수밖에)바쁜 걸음으로 오르막을 올라서니 이친구도 보이질 않습니다.
휴~~~눈위에 털썩 주저앉아 사과 한 개를 베어먹고 있자니 어느틈에 다가온 이친구,왈 "아저씨~!
아버님 같으신 분께서 이러시면 안되죠,집에선 이러는 것 아세요?
저의 아버님도 산 좋아하는데 이런식으로 산행 하는거면 앞으로 못가게 할거에요."
......꿀맛같은 사과 맛이 뚝 떨어져 도로 집어넣고는 또다시 갈 수밖에......
헌데 이친구 끈질기게 쫒아오며 신분증을 제시하라며,어디 사시냐,어디서 올라오셨냐,미주알 고주알 꿰나 성가시게 합니다.
(당연히 본분을 다하는 모습에 표창감 이지만, 지금 내눈엔 황홀한 정맥길을 방해하는 아주 귀찮은 녀석일 뿐입니다)
초병의 인격도 생각하여 이것 저것 가르켜주고 산에 대한 예기를 주절주절 널부려대니 조금은 수구러진 모습으로 허튼짓 하는지
감시하는 정도로 부드럽게 나옵니다. 초병과 이런저런 예기 주고 받으며 심심찮은 산행을 이어가자니 어느봉에서 방향이
크게 꺾이며(북) 지나온 능선의 불빛이 우측으로 바라보이고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을 철책에 의지하고 뚝 떨어지며 비로소
초병과도 아쉬운?작별을 합니다.
06:40)부대 게이트가 있고 도로가 지척인데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 이곳!
조그만 다리의 이름으로 단서라도 잡으려 하지만 증거 없는 이곳서 직감적으로 남으로 가야 할것같아 도로 따라 남쪽을 향하니
마침 시골버스가 다가옵니다.
승객은 달랑 아주머니 한분 "여기가 어디에유~?"
‘원덕리'유~~~
버스기사님은 쫌 가면 차령고개란다.으~흠????? 벌써 차령고개?
차령고개 까지 거저가는 것은 정맥에 대한 모욕일것 같아 아주머니가 내리는 마을에 내려서니
06:57)원덕1리라 쓰여있읍니다.
제법 찬바람을 막아주는 간이 정류장에서 옷매무새를 고치며 아까 먹다만 반쪽의 사과를 마저 먹고는 도로 따라 걷습니다.
앞으로 고속도로일 듯한 다리 밑을 지나고,저 멀리 산을 휘도는 도로가 있는데 아직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읍니다.
07:23)식당같은 건물이 있는곳에서 도로는 왼쪽으로 크게 꺾이고 원덕교라 이름이 명명된곳에 이르러 지도와 대조하니 대충
감이 잡힙니다.
(영진지도 1:5만도상 248.6봉에서 장고개쪽의 북으로 방향을 틀어 시경계를 따르다, 삼거리 표시된 23번군도 위로 떨어져서
이렇게 예까지 왔구나...) 놓쳐버린 구간은 언젠가 다시와서 확인을 해봐야겠슴다.
07:45)차령고개에 이르니 밤새 그렇게 아름답던 세상이 갑자기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술이 깨어서일까요....?
참으로 부지런한 님들이 있읍니다.첫 발자욱을 남기고 싶었는데 서너명의 발자욱이 봉수산 오름길을 밝혀놓아 그 뒤를 힘 안들이고
올라설수 있읍니다.
님들은 잠시 능선길과 계곡길에서 갈등하다 계곡길로 올라섰음을 알 수 있고 나 또한 그 발자욱을 쫒습니다.
언제 봉수산을 넘었는지 모르고, 길같잖은 가파른 내림길을 지나 113번 송전탑에서 버너에 불을 지피며 캔커피를 마시려 하니
살짝 얼음이 얼었읍니다.
08:30)내딴엔 라면을 넣는다고 넣었는데 어느새 짜파게티로 바뀌었다냐?허허허...
요리법을 자세히 읽어보고 시키는대로 끓여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만 합니다.
봉수산 내림길에 후둘대던 몸이 짜파게티 하나로 거뜬히 해결 된듯하니
09:20)다시금 갈길을 이어가야죠.
11:52)위압감을 주는 420.9봉앞의 왼쪽으로 임도가 열려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개치고개 일터, 잠시 쉬어가며 찬밥이라도
먹어둬야 저놈을 잡는데 수월하지 않을까?
정상에 올라서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어 작은 나뭇가지라도 부여잡으며 힘들게 올라서야 하는데,가혹한 이놈은 숨돌릴 틈도
없이 급하게 떨어졌다가 똑같은 높이의 봉을 리바이벌 해야 합니다.
12:47)반가운 산행팀을 만났습니다.
님들이 첫발자욱의 주인공일까 여쭤보나 아닙니다.
여주에서 왔다는님들은 개치고개에서 올라왔다 하시니 아까 삼거리의 또다른 발자국의 주인공들 이실것이 분명합니다.
권하는 술잔을 못이기는척 한잔 얻어먹고 식사들 하시기전에 길을 떠납니다.
13:07)곡두고개를 넘기 직전의 가파른 봉을 올라서니 이놈도 420을 가르킵니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녀석들이 참으로 빡세게 구는 이구간 결코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 다칠 일입니다.
"낙동"이네 가면 '애들 노는데 가서 놀아라' 소리 들을 '광덕산'이 "금북"이네 동네에선 가장 큰 어른축에 끼이니 그 고고한 산줄기가
사뭇 옹골차고 우람하게 저 멀리 바라보입니다.
13:26)양쪽으로 우마차 길이 뚫린 곡두고개에 내려서고 가파른 첫 번째 봉에 올라서는데 미끄럼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니 이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때라 생각합니다.어허~!이렇게 좋은걸... 한결 편안하고 부드럽게 올라설수 있는걸 왜 진작에 안했을까?
13:56)560을 가르키는 정상에 이르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바람도 거세어지기 시작합니다.
능사면 날등에 쌓이는 눈의 깊이는 무릎을 족히 넘어가고 앞서간 선답자의 발길은 눈보라에 파묻혀 버렸으니 바싹 긴장하고
길을 잃지 않으려 조심하지만 어느틈에 길은 끊어져 버립니다.
스패츠 없이도 그럭저럭 잘 버텨오던 산행길 이었는데, 악천후 속에서 된맛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젖어있던 바지자락이 영하의 날씨로 떨어지며 얼어붙으니 눈속에 빠질때마다 뻣뻣하게 무릎으로 올라가며 맨살을 노출시키고
신발 속으로 눈은 쳐들어오는 그런 형국입니다.
14:23)빡센 오름길의 봉에 더디게 올라서니 640을 가르키고,완만한 능선을 진행하다보면 또 다시 640을 가르키는 곳도
지나니 도상 646.2봉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곳서 잠시,아니 한참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15:12)갈재 고개에 이르고 거센 눈보라도 숨을 죽이며 주위는 비로소 평온을 되찿습니다.
15:17)광덕산길과 합류하는곳을 지나며 후배에게 전화를 하여 각흘고개에 대하여 이러저러 설명을 하니 금방 알아듣는 눈치인데,
행여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게 까지 할순 없는 노릇이라 부지런한 걸음으로 서너개의 봉을 넘어서니
16:05)이화공원 이라는 묘지군을 지나고 곧이어
16:11)39번 국도상 공주와 아산의 경계 각흘고개에 내려서며 목표한 산행을 마칩니다.줄지어선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이라
후배에게 궨한 걸음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이르러 매무새를 고치고 10분여 기다리니 반가운 후배의 차가 다가옵니다.
외암리를 지나 623번 지방도→광덕→629번 지방도→풍세→19번군도→1번국도 '전의 덕고개'의 차를 회수하여 천안을 향하지만
빙판길의 정체가 극심한 관계로 길눈 밝은 후배는 691번 도로 타고 성남으로 빠져서 21번 국도로 연결시키니 천안삼거리가 나옵니다.